■이영하의 詩心 世界■

  • AD 내외매일뉴스
  • 조회 75
  • 2026.10.15 13:27
  • 문서주소 - http://careers.ndaily.kr/bbs/board.php?bo_table=news9&wr_id=118
 
국회 문학상 수상에 부쳐
 
하늘시인 이영하
 
사관학교를 졸업한 뒤
받아 온 상장을 세어 보니
이번이 백 번째에 이른다.
숫자는 반듯하게 쌓였지만 그 사이를 지나온 날들은
한 번도 반듯하지만은 않았다.
 
임무를 마치고 하늘에서 돌아온 날,
먼 나라에서 고국의 이름을 전하던 날,
한 편의 시 앞에서 지우개를 든 채 망설이던 밤.
 
상장에는 수상자의 이름이 남지만
그 이름을 여기까지 데려온
수많은 손과 얼굴은 적혀 있지 않다.
함께 날았던 동료들, 먼 길을 기다려 준 가족,
서툰 문장에도 마음을 내어준 독자들.
 
이번 상은 내가 이룬 일의 마침표가 아니라
앞으로 감당할 몫을 묻는 물음표다.
국회의 이름으로 받는 문학상 앞에서
나는 더 높은 자리를 바라보기보다
내 문장이 누구에게 닿는지 살피려 한다.
힘없는 이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고
잘못된 일 앞에서 침묵하지 않으며
한 줄의 시라도 세상에 쓸모를 보태도록.
 
백 번째 상장을 덮는 날, 나는 다시 첫 문장을 쓴다.
이름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
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.
 
 
 
〈시작 노트〉
 
 
◉주제 및 배경
 
사관학교 졸업 이후 100번째 수상이라는 이정표와 국회문학상 수상의 의미를 성찰한 작품이다. 성취를 자랑하기보다, 상이 한 사람에게 요구하는 책임과 문학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묻고자 했다.
 
 
◉시적 구성
 
백 번째 상장이라는 구체적인 사실에서 출발해 군인과 외교관으로 살아온 시간, 시를 쓰며 겪은 고뇌, 함께해 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로 이어진다. 후반부에서는 수상을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로 전환한다.
 
 
◉시적 감수성
 
공식적인 기념물인 상장과 시를 쓰기 위해 지우개를 들고 망설이던 밤을 대비했다. 겉으로 드러나는 성취 뒤에 보이지 않는 노력과 타인의 도움이 있었음을 드러내어 겸손의 정서를 형성했다.
 
 
◉비유 및 표현 기법
 
‘마침표’와 ‘물음표’를 대비해 수상과 책임의 관계를 표현했다. 백 번째 상장을 덮고 다시 첫 문장을 쓴다는 결말은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다짐을 상징한다.
 
 
◉시적 메시지
 
명예는 과거의 성취를 증명하지만, 그 명예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앞으로의 삶이 결정한다. 문학상 등, 수상의 가치는 수상자의 이름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, 작품이 사회와 사람에게 어떤 의미를 남기는지에 달려 있다.
 
 
◉시인의 메모
 
백 번째라는 숫자는 지나온 시간을 보여 주지만, 앞으로 써야 할 문장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. 이번 수상을 겸손하게 돌아보며, 더 깊이 듣고 더 책임 있게 쓰는 시인으로 나아가고자 한다.
 
 
Print